구원이란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한 것

우리의 겉은 아무리 잘 관리해도 그저 늙는 정도나 기간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 늙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늙는 것이 하나님께서 정한 법칙이고, 인간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늙어 가는 가운데,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고후 4장16절에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라고 했습니다. 겉은 늙어도, 즉 겉은 후패하지만 우리의 속이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는 것은 신비입니다. 우리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비록 육신이 시들어 가지만 우리의 속이 날마다 새로워지는 신비 속에서 산다면 하나님과 타인들과 내 자신이 볼 때, 참으로 멋지고 행복한 삶이 되지 않겠습니까? 속이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것은 우리의 믿음, 영성, 인격, 언행 등이 지속적으로 성장, 성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앙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가 성장과 성숙입니다. 성장과 성숙이 없는 신앙인을 참된 신앙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신앙생활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성장과 성숙이 없다면 그 오랜 기간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신앙이 주는 커다란 복은 성장과 성숙에 있습니다. 성장이 자라는 것이라고 하면, 성숙은 자라서 무르익는 것을 말합니다. 성장의 과정에서 성숙이 나타나야 하고, 성장의 결과로서 성숙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참 바르게 잘 자랐구나'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반드시 성숙이 수반된 성장이어야 합니다.
2005년 한국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란 한미준에서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교회 안과 밖에서 본 교회의 객관적인 모습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질문 중에서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교회 안의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밖의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동일한 질문으로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과제 또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였습니다. 그때 교회 안의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이 양적 팽창, 즉 외형의 커짐에 너무 치우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밖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도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양적 성장과 팽창주의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앞으로 가장 변화해야 할 중요한 것으로 교파를 축소하고, 외형에 치우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21세기 한국교회의 과제는 성장된 교회를 성숙한 교회로 세워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숙이 없는 성장은 유혹에 넘어질 수 있고, 세속화와 변질의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본질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성숙이 수반된 성장을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과일나무는 심어만 놓는다고 해서 좋은 열매가 맺히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이른 봄부터 가지치기를 해야 하고 거름을 주어 가꾸어야 합니다. 또한 농업에서 쓰는 용어로 적과(摘果)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열매솎기라는 뜻입니다. 적당히 열매를 솎아내지 않으면 열매의 크기도 작을뿐더러 많은 열매들의 무게 때문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가지치기와 열매솎기는 아름다운 영적 열매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입니다. 우리 자신의 신앙과 삶을 돌아볼 때, 나의 신앙과 삶을 해치는 곁가지들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고 과감하게 떨쳐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좋은 열매를 위해 좋지 않은 열매들을 과감하게 솎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온전한 성장과 성숙이 있어집니다.
유명한 조각가인 미켈란젤로가 한번은 훌륭한 조각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커다란 대리석 덩어리를 망치와 정으로 쪼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그 좋은 대리석을 이처럼 많이 깨어버리면 낭비가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이 대리석이 깨어져 나갈 때에야 비로소 조각은 살아나게 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신앙과 삶을 해치는 덕지덕지 붙어 있었던 어린 아이같이 미숙한 모습들, 하나님 기뻐하시지 아니했던 모습들을 깨뜨려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나의 신앙과 인격이 성장 성숙하고, 나의 언행이 아름다워지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를 수 있고, 세상의 그 어떤 유혹에도 요동하지 않게 되고, 내가 살고, 나를 통해 다른 영혼들이 사는 역사가 일어납니다.
티켓 신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티켓 신앙은 구원이라는 결과만 얻으면 만사가 오케이라는 신앙입니다. 그와 같은 티켓 신앙은 참되지 못한 신앙입니다. 구원이란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종착지인 본향 하나님나라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에서의 기나긴 세월 동안 부단한 성장과 성숙, 곧 날마다 예수님의 형상을 이루어가는 성화의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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