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말도 마세요. 저는 지금 가족 때문에 감사는커녕 원수 같은 남편과 마누라 때문에, 속 썩이는 자식들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 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어요. 어제도 한 바탕 했어요.” 하는 분이 있으십니까?
영국에 살던 두 아이의 엄마 샬롯 키틀리(Charlotte Kitley)가 2014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나이 36세,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고 간과 폐로 전이되었습니다.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두 번 받았고, 25차례의 방사선 치료, 39번의 끔찍한 화학요법 치료도 견뎌냈지만, 그녀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다음은 그녀가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남긴 내용입니다.
살고 싶은 나날이 많은데, 저한테는 허락되지 않네요. 내 아이들 커가는 모습도 보고 싶고, 남편에게 못된 마누라도 되면서 늙어보고 싶은데, 그럴 시간을 안 주네요. 살아보니 그렇더라고요.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일어나라고, 서두르라고, 이 닦으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나날이 행복이었더군요. 살고 싶어서, 해보라는 온갖 치료 다 받아봤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귀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례식 문제를 미리 처리해놓고 나니 매일 아침 일어나 내 새끼들 껴안아 주고 뽀뽀해줄 수 있다는 게 새삼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얼마 후 나는 그이의 곁에서 잠을 깨는 기쁨을 잃게 될 것이고, 그이는 무심코 커피잔 두 개를 꺼냈다가 커피는 한 잔만 타도 된다는 사실에 슬퍼하겠지요. 딸 아이 머리 땋아줘야 하는데, 아들 녀석 잃어버린 레고의 조각이 어디에 굴러 들어가 있는지 저만 아는데 그건 누가 찾아줄까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22개월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1년 보너스로 얻은 덕에 아들 초등학교 입학 첫날에 학교에 데려다주는 기쁨을 품고 갈 수 있게 됐습니다. 녀석의 첫 번째 흔들거리던 이빨이 빠져 그 기념으로 자전거를 사주러 갔을 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보너스 1년 덕분에 30대 중반이 아니라 30대 후반까지 살고 가네요. 중년의 복부 비만이요? 늘어나는 허리둘레, 그거 한번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희어지는 머리카락이요? 그거 한번 뽑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살아남는다는 얘기잖아요. 저는 한번 늙어보고 싶어요. 부디 삶을 즐기면서 사세요. 두 손으로 삶을 꽉 붙드세요.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전해드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 살아있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십니까? 지금 숨을 쉬며 살고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복이 아닙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짜증스럽고 아이들이 속 썩이는 것, 함께 일하는 사람이 속 썩이는 것 등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복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가정이 없는 사람도 있고, 가정이 무너진 사람도 많고, 그나마 짜증 낼 남편이나 아내조차 없고, 속 썩일 자식조차 없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뱃살이 붓고 허리둘레가 늘어나서 속상하십니까? 흰 머리가 자꾸 늘어서 걱정이십니까? 주름살이 생기는 것을 괴롭게 여기십니까? 그마저도 내가 세상을 제법 오래 살아야 누릴 수 있는 복들입니다.
비록 힘들고 짜증 나는 일들이 존재하지만 당연해 보이는 일들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감사한 일들을 많이 허락해 주십니다.
감사는 일의 결과보다는 해석의 문제입니다. 관점의 문제입니다. 어떤 일이든 감사로 해석할 수도 있고, 불평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바울은 늘 감사로 해석했습니다. 바울 같은 사람들은 감사할 일로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사람들입니다.
감사로 해석하면 보약이 되지만 불평으로 해석하면 독약이 됩니다.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은 조건적 감사가 아니라 어느 때든 무슨 일이든 감사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 길이 열립니다. 행복은 소유가 아닌 감사에 정비례합니다. 감사는 더 큰 복, 풍성한 복을 끌어오는 자석과도 같습니다.
예수님을 보십시오.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감사 기도하자 나사로가 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여자와 어린이를 제외하고도 남자 장정만 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물고기 2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를 놓고 감사하고 기도할 때 모두 배불리 먹고도 12 바구니를 거두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으십니까? 감사를 표현하십시오. 서양 속담에 "행복은 언제나 감사의 문으로 들어와서 불평의 문으로 빠져나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감사하면 천국이 되지만 불평하면 지옥으로 변합니다. 감사하면 불가능이 가능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감사는 기적의 재료요 통로입니다.
2024년의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나쳐온 2024년과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문제와 허물 많은 나를 성장 성숙시키시어 여기까지 인도해 오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복에 무엇으로 응답할 수 있을까요? 기적의 재료요 통로인 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