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지않게 중요한 것

     19세기, 영국의 작가였던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쓴 「그날 이후」라는 단편집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승천하신 예수님이 잠시 이 땅에 내려오셨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이 지상에 계실 때 많은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었는데, 그 사람들이 예수님께 은혜를 받고 나서 그날 이후에 과연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일 먼저 한 술주정뱅이를 만났습니다. 술에 취해 코가 빨갛게 변해 있었고, 손발을 몹시 떨었고, 피골이 상접하여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측은한 심정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형제여,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소?" 하고 물었습니다. 그는 "당신이셨군요. 내가 앉은뱅이로 있었을 때 당신은 나의 두 다리를 고쳐주셨지요. 내가 앉은뱅이였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구걸하며 살았어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나의 두 다리를 성하게 고쳐주고 난 뒤에는 아무도 나를 동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방황하게 되었고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 뒤에 예수님은 어떤 여인을 만났습니다. 여인은 얼굴에 아주 진한 화장을 하고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자매여, 자매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소?" 여인은 예수님을 알아보고는 "내가 귀신 들렸을 때 당신이 내게서 귀신을 쫓아내 주셨지요. 내가 귀신이 들렸을 때는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불행인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나 자신을 보니 너무나도 외로웠습니다. 나도 모르게 점점 더 타락의 구렁텅이로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은 깊은 상념 속에서 이번에는 갈릴리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선창가에서 어떤 청년이 대낮부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다른 사람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깜짝 놀라서 그를 붙들고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대낮부터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가 예수님을 알아보고는 "주님! 내가 눈먼 소경이었을 때는 그래도 마음만은 편안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눈을 뜨게 해준 후에 더러운 이 세상 꼴을 두 눈으로 보면서 살려고 하니 울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되는 대로 분풀이를 하다 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라고 하더랍니다.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은혜로 거듭나 구원을 받았고, 그 받은 구원이 참으로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 그것 이상의 것이 구원 이후에 받은 구원을 잘 관리하는 삶을 사는 것이란 사실입니다. 받은 구원과 은혜를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거친 풍랑이 이는 바다 위를 걸은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향한 확고한 믿음으로 바닷물에 빠지지 않고 예수님 있는 곳까지 계속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예수님의 치유를 갈망하며 옷자락에라도 손을 대었을 때 치유 받은 기적 또한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향해 변함없는 견고한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바라보고 예수님을 확실하게 믿고 바다에 발을 내디뎠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예수님께 맡겼다는 것입니다. 바다에 두 발을 내디뎌 몇 걸음 걸으면서 예수님을 바라보던 눈길이 거칠게 몰아치던 풍랑, 즉 환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바뀌자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의심이 들어오고, 예수님께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바다 위를 걷던 사람이 바다에 빠져드는 결과가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Covid 19 바이러스의 대확산이라는 매우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예수님을 바라보던 우리의 눈길이 환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바뀌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서 예수님 안에 거하지 못하게 하고, 예수님께서 주시는 능력과 평안을 빼앗아 가고, 두려움이라는 감옥에 가두어 불안해하게 하고, 염려하게 합니다. 마귀는 어떻게든 믿는 사람을 두렵게 하거나 유혹하여 그 믿음을 무력화하려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 2:12). 
     구원 받은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구원 이후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날까지 굳건한 믿음으로 삶을 일관하는 데 있습니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의롭다 인정받는 근거가 다른 그 무엇이 아닌 오직 하나님을 믿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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