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하는(Doing Faith) 사람

필립 스미스(Philip Smith)라는 사람이 쓴 [교육철학]이란 책이 있습니다. 그는 철학자를 두 종류로 구분했습니다. 하나는 ‘철학을 아는 사람’(Knowing Philosophy)과 다른 하나는 ‘철학하는 사람’(Doing Philosophy)입니다.
우선 철학을 아는 사람이란 철학을 열심히 공부하여 철학에 대해 박식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런 사람은 때로는 자기가 갖고 있는 철학적 지식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책으로 펴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철학하는 사람이란 일상생활 속에서 자기가 알고 있는 철학적 지식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런 사람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인생의 문제에 대해 철학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얻어진 답을 묵묵히 실천합니다.
기독교 교육학자 가운데 토마스 그룸(Thomas Groome)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비슷한 관점에서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두 종류의 신앙인이 있다 했습니다. 하나는 ‘신앙을 갖고 있는(Having Faith) 사람’과 다른 하나는 ‘신앙하는(Doing Faith) 사람’입니다.
우선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은 예수님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나름대로 성경을 읽고 공부하여 예수님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영성훈련을 통해 예수님과의 관계에 대한 남다른 체험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신앙지식과 영적체험을 가르치고 전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신앙하는 사람은 예수님과 함께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을 예수님께 묻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깊이 생각하고 답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삶으로 예수님을 드러냅니다.
토마스 그룸은 오늘날 기독교의 문제를 신앙을 가진 사람은 많은데, 신앙하는 사람이 적다는 데서 찾습니다. 신앙을 소유만 하게 되면 신앙과 삶, 신앙과 행함이 분리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신앙하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떻습니까? 신앙을 갖고 있는(Having Faith) 사람인가요? 아니면 신앙하는(Doing Faith) 사람인가요?
믿음을 3단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head faith, heart faith, hand faith입니다. head faith는 머리로 믿는 지식적 신앙입니다. 일단 믿음의 세계를 알아야 하기에 구원의 도리와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머리로만 아는 지식적 신앙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반드시 heart faith, 즉 가슴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가슴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고 심령이 뜨거워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슴 신앙이 hand faith, 즉 행동으로 옮기는 신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아무리 잘 알고 뜨거운 마음이 있다 해도, 그것들이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머리 즉 신앙 지식이 가슴으로 내려오고, 삶으로 이어질 때 온전한 신앙이 될 수 있고, 신앙의 진가를 맛볼 수 있습니다.
교회 바로 옆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가게에 오는 손님에게마다 가게 옆의 교회에 새로 부임한 목사님이 설교를 너무 잘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손님이 슈퍼마켓 주인에게 “이번 주일에는 그 목사님께서 무슨 설교를 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글쎄요, 무슨 설교를 했는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손님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입니까? 그러면서 무슨 근거로 그 목사님이 설교를 너무 잘한다고 그토록 칭찬했습니까?” 그러자 주인은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전에는 외상값을 제때 갚지 않는 것을 예사로 여기며 속을 썩였는데 목사님이 새로 오신 후로부터는 외상값을 어김없이 아주 잘 갚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더랍니다.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하나님을 믿으면 반드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질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을 더 중히 여기고 우선으로 여기는 가치관의 변화, 인격의 변화, 언어 행실의 변화가 일어나고, 예수님의 형상을 닮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성도의 언행심사(言行心思)에서 예수님의 향기가 나고, 예수님이 느껴져야 합니다.
불란서의 사상가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은 나의 모든 것 몸, 마음, 물질, 시간, 명예, 그리고 영혼까지도 주님이 주장하시도록 맡기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과 신앙한다는 것은 다릅니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아멘으로 응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머리와 말로만 동의하고 맙니다. 안타깝게도 행동하지 못합니다. 신앙한다는 것은 믿는 대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깨달은 대로, 기도한 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행하는 믿음이 산 믿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행하는 믿음을 통해 크고 놀라운 역사를 이루십니다. 행함 있는 산 믿음으로 사는 것은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가장 큰 복들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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