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을 것을 썩지 아니할 것으로

현재(2022년) 나이 81세인 탤런트 김혜자(金惠子) 권사는 아프리카에서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며 말년을 아름답게 보낸 세기의 배우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입니다.

김혜자 권사는 30회 세종문화상 사회봉사 부문을 수상한 자리에서 “당연히 할 일을 했는데 상을 받는다는 것이 부끄러워 거절하고 싶었지만 상금 3000만 원이 너무나 유혹적이었습니다. 이 돈으로 케냐 소말리아 난민촌에서 질병과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전과 기근을 피해 목숨 걸고 한 달 이상을 걸어 난민촌에 도착했지만 정작 먹을 것이 없어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영양죽을 먹이겠습니다. 나의 힘 되신 여호와 하나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녀가 처음 봉사활동을 떠난 것은 1992년 여름이었습니다. 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사랑이 뭐길래’가 끝나고 딸과 함께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월드비전에서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다른 나라에 돌려줘야 하지 않겠냐”며 친선대사로 아프리카에 함께 가자고 청했습니다. 그래서 여행하는 마음으로 간 에티오피아에서 그녀는 지옥보다 더 비참한 삶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모태신앙이었던 그녀는 “하나님, 당신의 마음이 상하시는 일에 제 마음도 상하게 해 주세요” 라고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이 생애를 지배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후 그녀는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르완다, 아프가니스탄 등 15개국을 20여 차례 방문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참상을 국내에 알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03명의 제3세계 아동과 일대일 결연을 하여 후원하며 사랑을 전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한 일을 결코 봉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평범한 인간이라도 기근 현장에 가면 돕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수 없어요. 그런데 내가 한 일보다 너무 좋은 말만 들었어요. 저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며 삽니다. 임종의 순간에 얼마나 소유했고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느냐로 평가받고 싶어요.”

그녀는 2004년에 세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한 10여 년의 기록을 담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자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10년간의 인세 전액을 월드비전에 기증했고, 또한 그 이후의 인세로 북한 용천 긴급구호와 태백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공부방’을 세웠습니다. 그녀는 자기 일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매 순간 자신을 돌아보며 산다고 고백하며 “우리 삶이 주님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항상 생각하며 살았으면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어머니에서 세계 빈곤국 아동들의 어머니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힘이 남아 있는 순간까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제3세계 아이들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오드리 헵번처럼 “배우로서 유명했던 인생보다 세계 빈곤국의 고통 받는 어린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더 행복했었다.”라고 말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식이든 능력이든 물질이든 그 무엇인가를 더 많이 가졌고,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것, 무엇이 되었든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들보다 내게 더 많은 것을 주셨다는 것은 사명이란 사실입니다. 어떤 사명입니까? 나보다 연약한 사람들과의 나눔이라는 사명입니다.

물질적으로나 시간상으로 김혜자 권사처럼 전 세계를 다닐 형편, 마음껏 나눌 수 있는 형편이 못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을 행하지 못하거나 나눔을 갖지 못하거나 너그럽게 살지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나의 형편,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질의 나눔도 나눔이지만 이 세상에 마음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헛된 것인지 모르고 헛된 구렁텅이에 빠져 방황하는 사람들 등 우리의 형편, 처지에서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날마다 삶의 현장에서 그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날마다 맞닥뜨리는 사람들에게 물질을 나눌 수 없다면, 따뜻한 눈길,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영혼, 한 생명에 대한 진정한 사랑, 깊은 사랑, 나를 죽을죄에서 살리신 예수님의 사랑을 품고서 겸손히 헛된 삶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것을 권함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 42절 후반부에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썩을 것이 썩지 않게 된다는 신비로운 말씀입니다. 나의 생명, 나의 소유를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개인의 종말이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든, 그와 같은 상황들이 쏜살같이 임하는 때에 나의 몸, 나의 소유는 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그 썩어져 사라질 것들을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 선한 일에 잘 사용하여 하나님의 나라에 고스란히 쌓아 놓고, 그것들이 썩지 아니할 영원한 것으로 바뀌는 신비한 역사를 맛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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