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는 사도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쓴 옥중서신입니다. 바울은 눅눅하고 어둑하고 음산한 감옥,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불구하고 ‘힘들다, 괴롭다’라는 말이 아닌, 또 원망이 아닌 ‘기쁘다, 자족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도바울이 어떻게 비참하고 암울한 상황 가운데서도 불구하고, 무엇으로 인하여 기뻐하고 자족 할 수 있었겠습니까?
바울은 비천과 풍부 등 그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족하는 능력의 근원을 우리가 잘 아는 빌 4:13의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말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바울은 자족의 근원이 자신의 경험이나 능력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고백했습니다.
한 때 천혜의 자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이 있습니다. 여의도 면적의 2배 반 크기의 나우루는 1980년대에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 2천 달러에 불과할 때 3만 달러였습니다. 1980년대에 집집마다 차는 기본적으로 2대씩 가지고 있었고, 병원비와 학비가 공짜이고, 세금도 없고, 전기요금도 내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가능할 것 같은 사회시스템을 갖고 있었습니다.
경작지는 모두 광산으로 탈바꿈했고, 모든 노동은 외국인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지상낙원이었습니다. 이 작은 나라가 부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인광석' 덕분이었습니다. 석유보다 비싼 값으로 거래되는 인광석은 오래 전부터 이 섬에 살고 있던 바닷새 앨버트로스의 분비물이 해양퇴적물과 섞이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영원하리라 믿었던 그 인광석이 1995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2003년에 완전히 고갈되고 말았습니다. 남은 것은 질병과 가난, 국토의 황폐뿐이었습니다. 채굴을 위해 나무를 베어 섬의 2/3가 황무지로 변했습니다. 인광석이 가져다준 풍요와 가공식품에만 의존하여 살다가 인구의 90%가 비만인이 되었고, 인구의 절반이 당뇨에 걸렸습니다. 그들이 흥청망청 쓰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년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를 자랑하며 최고의 복지 시스템을 구축했던 나라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며 섬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나우루 공화국에 있어진 그와 같은 결과가 말해주는 바가 있습니다. 믿음으로 살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에 근거하여 사는 사람의 결과, 예수님이 없는 예수님과 무관한 부, 인생의 결과가 심히 참담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족은 우리가 비천에 처할 때에 우리로 하여금 지나치게 염려하거나 비굴하지 않게 해주고, 반면 물질적으로 풍부하게 되어도 자만하거나 타락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재물이 필요합니다. 재물과 돈은 우리가 원하는 많은 것들을 충족시켜 주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세상의 오고 가는 허다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돈을 믿고 사랑하며, 돈에 인생을 겁니다. 결국 돈 때문에 더 비천하게 되고 하나님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자족함의 비결을 아는 사람은 비천에 처할 때도 지나치게 염려하거나 비굴하지 않고, 물질적으로 풍부하게 되어도 자만하거나 세속화 되거나 타락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에게 능력주시는 예수님 안에서” 그 어떤 삶의 상황이든지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을 지배하는 삶이 바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지는 복음이 가져다주는 복입니다. 주 안의 사람, 예수님 안에 있는 사람은 풍부하고 배불러도 결코 교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천하고 배고픔을 당해도 결코 비굴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그를 돌보심을 알기 때문이요, 모든 것들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믿고, 기도하고, 봉사하고, 공부한 청년 둘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 했습니다. 둘 다 하나님 안에 있었고, 둘 다 신실했지만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한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불신앙의 세상 사람들 중에 성공으로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인생이 있고, 믿음의 사람 중에 실패를 딛고 성공으로 가는 인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공은 성공이 아니고, 실패는 실패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라면 그것이 당장의 성공이 아닌 실패라 할지라도 복입니다. 왜냐하면 그 실패는 일시적인 것이고, 하나님께서 때가 이르렀을 때에 역전시키고, 전화위복시킬 것이기 때문이요, 곧 모든 것들로 합력하여 선을 이룰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지금 현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성공했다고 자만할 것 없고, 실패했다고 좌절할 것 없습니다. 주 안의 사람이 되기만 하면 그 어떠한 상황도 문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