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유대인의 구약성경 주석서인『미드라쉬(Midrash)』에 수록된 ‘다윗왕의 반지’라는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의 금속 세공인을 불렀습니다. “자네, 나를 위해 반지 하나를 만들어 주게. 그런데 그 반지에 좋은 글귀 하나를 새겨 주게.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기뻐할 때 교만하지 않고, 또 내가 큰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글귀이면 좋겠네.”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글귀입니다. 어떤 글귀를 넣어야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지혜자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때 솔로몬이 일러준 글귀가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모두 스쳐 지나갈 뿐이니 기쁜 일로 교만할 것도 슬픈 일로 슬퍼할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말고 마음의 중심을 지키고 살라는 말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과연 지혜자 중의 지혜자인 솔로몬다운 명답이지 않습니까?
구약성경의 전도서 기록에 의하면 “형통한 날에 기뻐하라”(전 7:14a) 했습니다. 형통이란 말의 히브리어는 ‘좋은’, ‘아름다운’, ‘선한’을 뜻합니다. 그래서 형통한 날이란 ‘좋은 날’, ‘번영의 날’, ‘평안의 날’, ‘영광의 날’을 가리킵니다. 그런 날에 기뻐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하지 않습니까?
건강해도 기뻐할 줄 모르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도 기뻐할 줄 모르고, 밤에 단잠을 자도 기뻐할 줄 모르고, 집이 있고 부모형제와 처자가 있어도 기뻐할 줄 모르고,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있고,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어도 기뻐할 줄 모르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가 있어도 기뻐할 줄 모르고, 마음껏 기도하고 예배 드릴 수 있는 교회가 있어도 기뻐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입니다. 열거한 것들을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기뻐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요 명령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형통하여 기쁨을 누릴 때 교만해지기 쉬운 것이 과제요 문제입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권력은 십 년을 못가고, 활짝 핀 꽃은 열흘을 못간다는 뜻으로 정치권에서 늘 회자되는 말입니다.
고대 로마 제국이 번성하던 시절, 전쟁에 나갔다가 승리한 후에 돌아오면 개선장군의 행렬이 자주 있었습니다. 말을 타고 당당하게 들어오는 장군 뒤에는 피비린내를 풍기는 군인들이 열을 지어 호위하였고, 군인들 뒤에는 전쟁 포로들과 노획물이 뒤따랐습니다. 개선 행렬의 양 옆에 수많은 시민들이 나와 열렬히 환호하며 개선장군과 행렬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영광스러운 개선행렬을 하는 장군의 바로 뒤에 사제나 노예 한 사람이 뒤따르면서 개선행렬의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는 “당신도 언젠가 전쟁에 패하여 죽이거나 노예 삼은 적들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비록 전쟁에 패하지 않았더라다 당신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의미입니다.
인생만사 세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 했습니다. 이는 삶에 변수가 많으므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 사람이 어찌될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10 부한 자는 자기의 낮아짐을 자랑할지니(take pride in his low position) 이는 그가 풀의 꽃과 같이 지나감이라 11 해가 돋고 뜨거운 바람이 불어 풀을 말리면 꽃이 떨어져 그 모양의 아름다움이 없어지나니 부한 자도 그 행하는 일에 이와 같이 쇠잔하리라”(약 1:10~11),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 4:14). 야고보서를 쓴 저자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풀의 꽃, 아침 안개라 했습니다. 풀의 꽃이나 아침 안개는 뜨거운 바람이 불거나 해가 뜨면 순식간에 마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부한 자란 형통하여 기쁜 일이 많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부한 자가 자기의 낮아짐을 자랑하라는 말은 인생이라는 것이 풀의 꽃, 아침 안개에 지나지 않음을 알라는 것입니다.
‘다윗왕의 반지’ 이야기, 그리고 權不十年 花無十日紅, Memento Mori, 人間萬事 塞翁之馬, 야고보서에서 인간을 풀의 꽃, 아침 안개라고 한 말들의 공통점이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형통하다 할지라도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라는 것입니다.
형통한 날을 기뻐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복이요 은혜입니다. 그러나 그 형통한 날이 진정한 기쁨이 되고, 지속되기 위해 형통함이 하나님의 은혜인 것을 알고,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낮추어 겸손히 감사하는 가운데, 그리고 연약한 이들을 돌아보고, 그들과 나누는 가운데 기뻐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